공지사항
대표후기
[조성진/영어영문학과] 간만에 이른 시간에 일어나보니 밖에는 꽤 굵은 비가 내리고 있었다. 아침부터 내리는 장맛비에 괜시리 강연 약속을 취소하고 침대에 누워 빗소리나 들을까. 양치를 하고 옷을 챙겨 입으면서도 안나갈 수 없는 그런 핑계거리 없나하고 끊임없이 내게 묻고 또 물었다. 불행하게도 내게 그런 핑계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고 결국 아침 여덟시 사십분쯤 약속장소에 순순히 도착해버렸다. 고등학교에 이렇게 발을 들이는 건 거의 십년만이다. 지루할 것 같았던 강연은 생각보다 빠르게 시간이 흘렀다. 동행한 다른 선생님은 국제학과에 대해서 설명을 했고 나는 내 전공인 영문학과에 대해 설명했다. 여고라서 그런지 남자라는 이유만으로도 이미 분위기는 달아올라있었고 우리는 각각 한 시간이라는 거대한 압박 속에서도 시종일관 아이들과 여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대화를 할 수 있었다. 우려와는 다르게 아이들은 나와 동행한 선생님에게 꽤 친절했다. 초롱초롱한 눈빛들에 나는 더욱 신나했고 준비한 내용보다 더 많은 것들을 토해내느라 한 시간이라는 부담감은 어느새 짧은 아쉬움으로 변해있었다. 심지어 나는 왜 아이들에게 더욱 재밌는 이야기를 해주지 못했는지, 과연 이 내용이 도움이 되었을는지 따위의 자책감마저 들었다. 강연을 마치고도 더 관심 있는 학생은 내게 찾아와 더욱 더 많은 이야기와 정보를 물어보기까지 했다. 모든 일정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이제 정오가 조금 넘은 시각이었다. 벌써부터 아침의 일들이 그리웠다.